대규모 설치 미술로 유명한 덴마크-아이슬란드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창조적 경험’은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넋을 빼앗아가곤 한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더해져 혼을 빼앗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10월 24일, 카타르의 수도 도하 시내에서 100㎞ 이상 떨어진 북부 알 샤말(Al Shamal) 지역의 사막 위에 여러 개의 원형이 대지를 장식했다. 모래 위에 수놓은 미스터리 서클 얘기는 접했어도 이런 설치물은 생소한 바, 가만히 있어도 녹아내릴 것 같은 이곳에 사람들이 집중된 이유다.
마치 하늘이 사막에 프로포즈라도 한 듯 반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1988년 88올림픽 때의 굴렁쇠가 떠오르기도 하는 설치물은 지름 8.2m 의 링 20개로 구성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섀도즈 트래블링 온 더 시 오브 더 데이'(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 아래로는 설치물의 그림자가, 원형 플랫폼 아래에 거울 표면이 설치되어 있어 천정을 통해 인간과 발을 딛는 것, 땅과의 연결의 관계를 성찰한 작품이다.
11월 20일 개최되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손님들에게 문화·예술적 성취를 보여주기 위한 ‘공공예술'(Public Art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밖에 도하 시내 알 마라 공원 인근에서는 제프 쿤스의 ‘듀공'(Dugong)을, 도하의 시장인 수크 와키프(Souq Waqif)에서는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César Baldaccini)의 유명 작품인 ‘엄지손가락’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