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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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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블랭크앤코 대표, 김기환

공백 없는 빼곡한 사람이란 게 함정

Text
Zo, Seohyun
Photography
Shin, Jiwon
Model
Kim, Kihwan
Location
T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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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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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라는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적어도 5분은 할애해야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김기환 대표는 철저하게 후자다. 그런데도 인터뷰 중간에 DJ가 되는 꿈에 대한 얘기를 살짝 흘린다.

 

그래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궁금증을 가지고 인터뷰를 읽어내려가면 명확한 답을 생각보다 쉽게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트릭에 불과하다. ‘무엇을 하는 사람’ 이전에 ‘어떤 사람’ 인지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바다. 김기환 대표가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를 조명하기보다 얼마나 좋은 바이브를 가졌는지, 그 깊이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

 

인간으로 말하자면 40대 중년 남성. 직업으로 말하자면 어바웃블랭크앤코(AboutBlank&Co.) 대표 이사 김기환.

2014년 어바웃블랭크앤코 회사를 설립한 이래 현재 사운즈라이프(Soundslife), 이에이(IEY), 하이랜드파크 델리 앤 그로서리(HIGHLANDPARK DELI & GROCERY), 클럽 액티비티(Club Activity) 등 10여개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도부터는 F&B 사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내추럴 와인 바 앤 다이닝으로는 한남동 TBD, 자양동 에이커, 삼각지 NM(엔엠)외에 바 앤 타이 퀴진인 삼각지 찬쌈, 버거샵인 삼각지 PPS(피피에스), 이밖에 에스프레소 바 awk(에이더블유케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누가봐도 자리 잡은 한 사람이지만 인생의 큰 시련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생긴 회사 이름이 어바웃블랭크앤코. 어바웃블랭크앤코의 탄생 과정과 채움의 미학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긴 이야기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30대 초중반에 NeverSayNever(네버세이네버), 번역하면  ‘무조건 한다’ 라는 밀어 붙이기 식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잃는 등 시련을 겪었다. 밀어 붙이는 게 능사가 아닌 것을 깨닫고 혼자 사무실에 나와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컴퓨터 마저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 오류가 나면서 모니터에 ‘About Blank(어바웃 블랭크)’라는 문구가 떴다. 그때 그 한 마디 문장이 주는 해방감이란…. 마음이 놓이면서 풀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걸 사명으로 하여 재도약한 비즈니스가 여기까지 왔다.

현재는 그 여백을 사람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경험을 같이하고 공감하면서 한 곳을 보고 목표를 같이 하는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고, 궁극적인 사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는 외식 사업도 시작하였다. 패션 브랜드를 하다가 F&B 사업까지 하게 된 계기가 있나?

 

패션을 전공하고 패션 비즈니스를 하는 와중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그러다가 내추럴 와인을 맛보게 됐는데, 미각에 눈 뜨는 순간을 마주했다. “유레카!” 나에게 이런 장치가 숨겨져 있었다고? 그리고 바로 첫 레스토랑인 TBD를 오픈했다.

패션과 평행이론을 이룬다는 점도 한 몫했다. F로 시작하고, 좋은 원단 = 좋은 식자재, 감각적인 디자이너 = 감각적인 쉐프, 훌륭한 테일러링 = 훌륭한 재료 손질 등.

 

 

최근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파티클 매거진을 론칭했다. 미디어에 대한 니즈가 평소에도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양성. 삶의 지표를 제시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검수 및 필터링 하여 답습해줄 수 있는, 파티클은 그런 매거진이면 좋겠다.

 

 

지금 무슨 옷 입고 있나? 평소와 다르게 입었나?

 

완전 다르게 입었다. 보통 올블랙의 편안한 복장을 입는다. 내가 매니지먼트하는 브랜드 IEY(이에이)에서 맞춤 수트를 한 벌 해주셨다. 지금 몸에 맞는 수트는 이것 한 벌이다.

 

 

요즘 나를 개안하게 한 사건이나 문구가 있다면?

 

‘할 수 있다’.  셀프 가스라이팅.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움츠러드는 나 자신을 일으키는 말이다.

그리고 ‘꽁샴’. 행사장이나 파티에서 제공하는 공짜 샴페인의 줄임말인데,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 줄임말을 듣고 너무 귀여워서 하루 종일 이 단어를 끼어 맞추기 위해 말을 만들고, 입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바웃 블랭크’라는 텅 빈 공간에 김기환 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나는 무슨 색이고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까?

 

검정색이고. 무색무취. 하나의 덩어리.

 

 

평소에 지인들에게 ‘10년 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란 질문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안다.

김기환의 2032년은 어떤 모습인가?

 

건물 3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남자. 그렇다고 건물주는 아니고, 나의 모든 브랜드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가진 사람. 물론 건물주를 마다하겠다는 말은 아니고.

 

 

조금도 아깝지 않은 소비가 있나?

 

식구들에게 쓰는 돈. 1차원적으로는 나의 가족에게 쓰는 비용. 넓은 의미로는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쓰는 비용.

 

 

많은 브랜드를 인큐베이팅 하고 있는데,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브랜드를 상상한 적이 있나?

 

뉴욕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의 느낌이 갑자기 떠오른다. 에이스 호텔 뉴욕에 머물렀는데, 곳곳에 상업적인 것과 문화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둘의 밸런스가 딱 맞아 떨어졌고 머리에 경종이 울려 퍼졌다. 그때의 기분을 내 비즈니스로 누군가에게 전달해보고 싶다. 굳이 단어로 설명하자면 적당히 상업적인 복합 문화 공간.

이밖에 LA로 이민을 가게 된다면 자외선 차단제 사업을 해보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 중 가장 자질구레하다고 느끼는 거 하나만 간략히 얘기해달라.

 

글쓰기의 능력치를 키우고 싶다. 보는 눈과 쓰는 몸이 다르다는 걸 최근에 절절히 실감하면서 더욱 간절해졌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 했다고 들었다. 왜 시작했나? 

 

소통하고 싶어서. 유튜브를 6~7년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부족했다. 그러다가 무신사 TV 유튜브에 출연한 게 계기가 되었다. 그 때, 할 말을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게 어떤 건지 스스로 깨우쳤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꼭 필요한 능력이 커뮤니케이션인데, 이런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흥이 많아 보인다. 종종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 좋아하는 걸그룹 있나?

 

뉴진스에 꽂혀있다. 혜인을 좋아한다. 사실 다 좋아한다. 다니엘도 좋고. 해린도 좋고. 삼촌의 순수한 마음이다. 내가 아는 비트와 그루브에 청미한 율동이 더해졌을 때의 시너지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을 이끌고, 인맥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 난 어디가 매력있나?

 

ADHD. 짧고 굵게, 적당히 산만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공이나 행복이 액수나 수치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와 같이 성장했을 때 느끼는 보람, 공감만 한 것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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