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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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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에 서사를 담는 건축가 이혜인에 대하여

Text
Yeon, Yoonjung
Photography
Shin, Jiwon
Model
Lee, Hae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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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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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누군가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던 다짐을 현실로 이어 나가고, 자연과 사람을 모두 섬기며 작업에 임하는 건축가가 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반영한 건물을 짓는다고 말하는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혜인. 그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해달라.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

 

 

인스타그램 피드 속 가족사진이 인상 깊다.

 

우리 가족은 총 다섯 명인데, 한데 모여서 산적이 거의 없다. 늘 누군가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촬영을 하던 당일은 가족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오전에 돌아오신 어머니와 다음날 캐나다로 다시 떠나야 했던 동생과 나머지 가족들이 힘을 합쳐 스케줄을 조율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진작가인 친구에게 부탁해 배경지까지 손수 함께 고르며 즐겁게 촬영을 마쳤고, 만족스러운 가족사진이 탄생했다.

 

 

아티스트적인 소양은 부모님 중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두 분 다인 것 같다. 사업가이자 평소 옷을 워낙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통해 패션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세라믹 작업을 오래 하신 어머니. 분기마다 집 인테리어를 바꾸시는 어머니 덕분에 공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어린 시절 스리랑카에서 살았던 경험까지 더해져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섬나라 스리랑카와 뉴질랜드에서 지낸 어린 시절. 한국과는 다른 스리랑카에서의 삶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항상 스리랑카를 설명할 때 덧붙이는 말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단 40분 만에 몰디브를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보유한 나라라는 것. 자연을 활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곳이다. 건물을 짓고 그와 어울리는 조경을 설계하는 정도가 아닌 자연을 존중하며 보호하는 곳.

 

 

스리랑카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나?

 

물론이다.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스리랑카는 내전 중이었다.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역 곳곳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내전이 끝나고 성인이 됐을 무렵에는 백패킹을 많이 다녔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이곳 어딘가 땅을 사서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다.

 

 

건축에 눈 뜨게 된 계기에 대해 스리랑카 출신 건축가 제프리 바와를 언급했다. 건축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나 또 다른 일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고등학교를 다닐 때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발생했다. 살고 있던 지역에는 피해가 적었지만, 그 외 지역에는 피해가 컸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스리랑카로 구호 물품을 보내고, 복구 지원이 한창이었다.

 

한국에서도 쓰나미 피해 지원을 위해 많은 봉사단들이 찾아왔고 당시 스리랑카에 살고 있던 한국인들의 인도 하에 봉사가 진행됐다. 함께 난민 지역을 돌며 마주했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한데 모여 재난 대피소를 직접 짓는 현장을 목격했고, 나 또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과 사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오픈하자마자 화제가 됐던 콤포트 COMFORT의 건축 디자인 작업을 맡았다. 사람들이 눈치챘으면 하는 디자인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콤포트의 모든 층을 연결해 주는 엘리베이터에 그래피티를 새겼고, 동일한 그래피티를 다른 층에도 조금씩 그려 넣었다. 동일한 언어를 분산시키는 행위를 통해 콤포트라는 공간을 묶어줄 수 있는 메시지를 인테리어에 담고 싶었다.

 

 

콤포트에서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 공간은 어디인가? 직접 찍은 사진이 있으면 보여달라.

 

공사를 시작했던 시기는 겨울이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날씨는 포근해졌고, 초록 잎들이 다시 피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식물과 풍경에 매료되어 이 조경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고, 3층 카페 유리 창 한편에 식물을 그려 넣었다.

 

원래 그곳은 완강기가 설치된 피난로 공간이었다. 하지만 옆 건물 때문에 공간 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용지물이 된 피난로를 어찌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온실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고 진행 방향을 변경했다. 건물 바깥쪽에 자라난 풀잎들과 투명한 유리에 그려 넣은 그림이 서로 레이아웃 되는 곳. 그 공간을 좋아한다.

 

진행해 온 프로젝트 중에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혹은 아카이브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스리랑카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때에, 스리랑카에 사는 친구가 아웃도어 퍼니쳐 쇼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디자인부터 감리까지 혼자만의 힘으로 진행한 첫 단독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 현재는 클라이언트가 추구하는 방향과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조율해나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아직은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본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을 알려달라. 그 당시의 상황 설명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최근 경북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세계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알바로 시자(Alvaro Siza)와 승효상, 그리고 유명한 조경가들이 모두 합작해 만든 곳이다. 산 전체를 설계한 곳으로, 입구부터 시작해 모든 코스를 돈다고 하면 적어도 3시간은 소요된다. 사유원은 건축물이 모두 산으로 둘러쌓여져 있어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어마어마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만큼 산이 사방으로 펼쳐진 곳은 없을 테니까.

 

 

최근 꽂혀 있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이다. 이전에는 일이 삶의 우선순위였다. 하지만 일에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일상의 영역까지 영향을 끼쳤고, 더는 안되겠다 싶어 나 자신으로 우선순위를 바꿨다. 아침 6시 즈음 일어나 한 시간 동안 한참을 가만히 있거나, 하다못해 한 두 문장이라도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요리도 시작했다. 요리를 하는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스스로를 감각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려고 한다.

 

 

하고 싶은 다른 사업이 있을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 호텔이나 시설에 머문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비스업에 관심이 많다. 서비스업 종사자분들이 갖는 에너지도 너무 좋고. 호텔리어? 와 같은 일을 하게 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공간에 머물면서 필요로 하는 것들에 감정이입해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호텔이라는 공간을 직접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의 물꼬가 트여 구상 중에 있다. 콘셉트는 한국의 스리랑카.

Instagram @leehae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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