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엔)간해서는 술잔을 안 비울 수 없으니
m(앰)한 사람이랑 오면 안 되는 걸로.
이름의 뜻을 추측하면서 초성으로 단어를 만들고, 이행시까지 짓다가 혼자 알기 아까워서 소개하는 삼각지의 히든 플레이스, Nm.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쁜 꽃봉오리가 보이는 것처럼 삼각지 골목 끝자락에 소담스러운 꽃송이처럼 자리한 보석 같은 곳이다.
‘심플한데 궁금하단 말이지…’
Nm의 이름, 공간, 음식을 마주하다 보면 저런 혼잣말을 읊조리게 된다. 단순하다는 말은 아니다. 원소 기호 같은 이름 때문일까,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이 잘 갖춰진 단단함이 있다.
Nm. 어떻게 읽으면 될까? 늠? 엔엠? 나노미터? 무슨 뜻일까?
Nm은 알파벳 그대로 엔엠이라고 읽으면 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곳임을 이름에 담으려고 하면서 지어졌다.
‘내용 없음’. 흔히 줄여 말하는 ‘냉무’ 에서 착안했다. 그렇게 시작되어 No Message, No Manual, Natural wine and More, Nothing and More, Never Mind 등의 여러 가지 의미가 파생되었다. Nm을 오픈하면서 손님들이 이름을 직접 생각하고 원하는 의미로 Nm을 완성하기를 꿈꿔왔는데 바람대로 된 것 같다.
어느 날은 손님께서 정말 맛있게 식사하시고 나가시면서 여기 이름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셨다. 앞선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새로운 이름이 하나 생겼다면서 ‘너무 맛있어’라고 알려주셨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분 좋은 순간이다. 그 뒤로는 손님들께서 Nm을 물어보며 ‘너무 맛있어’ 의 약자라고 소개해드리고 있다.
Nm은 삼각지가 이렇게까지 사람들로 붐비기 전에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Nm은 2020년 7월 10일을 프리오픈으로 시작하여 2020년 7월 31일 정식 오픈했다. 처음 이곳의 위치와 공간, 그리고 주변의 거리를 둘러보았을 때 조용하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다. 이 동네가 지금의 모습처럼 변할 줄은 몰랐다. 예전에 삼각지라는 동네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미군기지만 떠올랐고 쉽게 발길을 들이게 되지 않는 동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어느 동네보다 사람들(특히 젊은 사람)이 많이 찾는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들과 함께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노포 식당에서 생선과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 찬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끝자락에 조용하게 위치한 Nm을 만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찾아오는 매력까지 발산되어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내추럴 와인을 주력하고 있다. 주로 어떤 와인을 만날 수 있나? 라인업에 컨셉이 있다면?
Nm에서는 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내추럴 와인 초심자를 위한 와인부터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와인과 컨벤셔널을 선호하시는 분들을 위한 내추럴 와인 등 다양하다. 컨셉이라고 하면 다채로움이다. 같은 지역과 같은 품종이라도 와인의 맛과 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고객들에게 전달해 드리고 싶다. 와인 라벨이나 와이너리들의 스토리텔링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맛의 와인을 소개함으로써 색다른 경험을 전해 드리고 싶다.
(왼쪽부터) 메종 호만 부르고뉴(La Maison Romane), 에포니메(EPONYME), 오그노스트로 비앙코(OGNOSTRO).
수많은 리스트 중 이 계절에 잘 맞는 와인을 추천한다면?
레드, 화이트, 오렌지의 종류별로 하나씩 꼽아봤다.
레드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 메종 호만 부르고뉴(La Maison Romane). 네고시앙(포도 재배자나 와인을 양조한 생산자로부터 배럴로 사들여 자신의 양조장에서 블렌딩, 숙성, 양조하는 방법)와인 임에도
떼루아가 잘 표현되어 있다. 스모키한 터치감이 좋아서 겨울에 정말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은 프랑스 남동쪽 사브와 지역의 에포니메(EPONYME).
끝맛이 빙하수처럼 퓨어하다. 깨 볶는 고소한 향이 나고 산미와 미네랄의 조화가 너무 좋다. 친구들이 라벨을 직접 제작해준 재미있는 스토리도 있는 와인이다.
오렌지 와인은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역의 오그노스트로 비앙코(OGNOSTRO). 가파른 산맥, 골짜기 지역의 와인으로, 산도 밸런스가 좋다. 조린 사과와 스모키한 허브 향이 있다. 와인이 열리면 복숭아 과즙까지 느낄 수 있다.
형식과 국적이 없는 캐주얼한 컨셉이다. 이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변해 달라.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계절에 어울리는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음식들과 그에 어울리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와인들로 채운 곳이 Nm이다. 한 가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게 앞으로 우리의 숙제이지 않을까.
강아지 출입도 가능하다고?
Nm은 애견 동반이 가능한 장소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 모두 동물을 사랑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하나뿐인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 가고 싶어 하는 공간에서 함께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다. 한번 온 강아지들이 산책하다가 Nm 앞을 그냥 못 지나가고 들어오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을 볼 때, 이때 정말 기분이 뿌듯하다.
최근에 생긴 대표적인 메뉴를 소개해달라.
가장 최근에 생긴 메뉴는 파닭이다. 대중성 있는 식재료인 닭을 부드럽게 조리해서 파와 흑식초 소스, 튀긴 닭 껍질 칩을 곁들이는 메뉴인데 달면서 짭조름한 맛으로 누구나 좋아할 법한 메뉴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우리가 흔히 치킨집에서 시켜 먹는 파닭의 비주얼이 떠올리기 쉽지만, 뻔한 파닭에서 벗어나 Nm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메뉴 중 하나다.
(왼쪽부터) 스낵 오이, 회오리 감자, 꽃게 오르끼에떼, 돌김 리조또, 파닭, 망고 코코.
한 번 가고 안가는 식당이 허다한 세상에 단골이 많다고 들었다. 손님들과 교감이 되는 레스토랑이라고 봐야 하나? 비결이 뭘까.
어느 음식점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접객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음식점을 가도 맛있는 식사를 하더라도 접객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만족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손님들과 교감할 방법이라면 너무 과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메뉴로 한 번 오신 분들의 궁금증을 자아내어 다시 오게끔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날그날 준비되는 웰컴 카드가 가장 큰 비결이지 않을까? 그날의 날씨나 개인적인 일상 등을 매일 다른 내용으로 준비하며 손님들과 교감하고 있다.
Nm 을 이끄는 사람들. (왼쪽부터) 최찬 매니저, 문종현 헤드 쉐프, 안태빈 수 쉐프.
Nm
Must 회오리 감자, 돌김 리조또, 파닭.
Price 애피타이저, 1만 원대. 메인 2만 원~3만 원대.
Time 화요일~일요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와인 보틀 주문 필수.
Address 한강대로62나길 20-32
Instagram @nm.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