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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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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 이혜미 대표

잉크의 실타래가 파리로 가 수놓아졌을 때

Interview
Lee, Hyemee
Text
Zo, Seohyun
Photography
Shin, Jiwon
Location
Maison E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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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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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잉크라는 브랜드를 안다는 전제하에 전개된다. 카를라 브루니와 함께 파리 패션 위크를 마치고 돌아온 이혜미 대표를 만나 백번도 들었을 질문, ‘EENK’라는 브랜드 이름이 재미있다는 질문을 없지 않나. 시작을 곱씹고 과거를 파헤치기 보다는 행보를 궁금해하고 미래를 논했다.

 

 

잉크의 요즘을 말해달라. 지난 10월,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23SS 컬렉션: W for W.W.W. 런웨이를 마쳤다. 카를라 브루니가 마이크를 잡았던 현장의 분위기는 실로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팀원들에게 왜 이렇게 멋진 일을 널리 퍼트리지 않냐고 욕 먹었을 정도로 잘 안 알려진 얘기다.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너무 큰 일을 해내느라 알릴 정신이 없었다.

쇼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라면 왠지 전생처럼 느껴진다. 너무 큰 미션을 끝내서 일까… 환상 같은 기분.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쇼 시작 6일 전에 파리에 도착해서 꼬박  5일 동안 준비한 컬렉션이다. 좋게 말하면 스펙터클 했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면 막무가내 정신에서 나올 수 있는 용감함이 있었던 것 같다.

쇼를 마치고 나서는 세상에 이렇게까지 울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서도 여러 번 쇼를 끝마친 경험이 있지만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다. 늘 큰 감동이 밀려왔다기보다는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안도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복받치더라. 단어 그대로, ‘펑펑’ 울었다.

 

 

파리 데뷔 무대를 축하해주기 위해 카를라 브루니가 현장을 찾았다. 실제로 만나니 어땠나?

 

처음에 그녀를 상대하기 전에는 걱정이 있었다. 워낙 글로벌 셀러브리티기도 하고. 그런데, 그녀가 등장하는 순간, 애티튜드부터 안심이 되더라. 따뜻했다. 그러나 카리스마 있는.

 

 

에디터들 사이에서는 익히 널리 알려진 브랜드라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잉크를 접한 건 2020년에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여름 원피스와 셔츠를 구매하면서 부터다. 그냥 프린트가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핏이 너무 좋았다. 그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다.

 

메종 잉크 아틀리에에는 패턴실과 샘플실이 구비되어 있다. 요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는 아틀리에를 세팅 하는 것이 드문 일인데,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 옷은 옆에서 만드는 걸 직접 보면서 접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그렇게 모든 옷의 가봉을 보고, 계속해서 수정 과정을 거치며 탄생했기에 피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잉크의 아우터가 인기 있는 것도 핏이 톡톡한 역할을 한다. 두꺼운 겨울 아우터임에도 입었을 때 더 날씬해 보인다.

 

 

디자이너로서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특히 많은 이들의 꿈인 해외에서 데뷔 쇼도 마쳤다. 내가 꿈꿔왔던 것을 다 이뤄냈을 때의 기분이 궁금하다.

 

오히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파리 컬렉션을 끝내고 느꼈다. 다른 브랜드의 해외 컬렉션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쇼피스와 커머셜 룩의 차이를 두는 이유도 체감했다.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해내야 할 것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우고, 정리하고 있다.

 

 

어느 정도 꿈을 이뤘을 때에 목표 재설정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2015년 처음 잉크를 시작할 때의 목표와 지금의 목표는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나?

 

첫 시작 때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보다는 공방 같은 브랜드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서 할 수 있는게 많아 지니 되려 확장성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도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오히려 최근에 들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 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생기는 사명감도 점점 커진다. 잉크 레이블의 인지도가 더 높아져서 무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다닐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이렇게 장황하게 목표를 늘어 놓다 보면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길다’ 는 말이 머리를 스친다. 어깨는 늘 무겁다.”

 

 

매 시즌 재미있는 슬로건과 함께 컬렉션을 발표한다. A to Z 의 레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다.

 

스물여섯 글자가 완성되는 순간을 위해 A를 남겨둔 채 시작된 Letter Project는 B for Beanie를 시작으로 H for Handbag, I for iPhone(case)에 이르면서 액세서리와 리빙 아이템을 선보였고, 2017년에는 I for Indigo, J for Jean 캡슐 컬렉션을 런칭하며 의류 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였다.

시즌의 반복과 진화하는 패스트패션 사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소장품이 되는 것들을 보여주고자 했고 새로운 알파벳과 함께 매번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현재 진행형의 고민과 취향을 담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더 있다.

 

 

‘레터 프로젝트’ 중 ‘최애’를 꼽자면?

 

몇 번은 슬로건을 미리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 팀 내에서 ‘최애’ 컬렉션은 이번 22fw ‘V for Vintage’.

팀 안에서는 가장 최애 컬렉션. 워낙 빈티지, 레트로 룩, 그래니 룩이 대세라 우리까지 그런 트렌드를 쫓아보일까봐, 혹은 고루할까봐 배제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애초에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테마 중 하나인데 그걸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래서 진행하였다. 그렇게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컬렉션이 탄생했다.

 

 

사람의 신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어서 나의 신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옷을 만들 때를 견줘서 생각해보면, 어깨 라인. 전체를 받쳐주는 힘은 어깨 라인에서 나오고, 그것이 옷의 실루엣을 결정한다.

내 몸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국적인 턱 라인. 어렸을 때는 이게 참 싫었는데, 지금은 나의 장점으로 자리 잡았다. 또 하나는, 눈 밑에 점. 나의 인상에 아이코닉한 느낌을 주는 장치 같다.

 

 

잉크의 옷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우문 같지만 사람마다 신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있듯이 그런 면이 존재할 것 같다. 컬러, 컬러의 배색, 믹스매치 스타일링 등 옷에서 늘 재미있는 요소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단추.

 

단추에 집착 하는 편이다. 옷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매 시즌 개발도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단추를 더 세세하게 신경썼다. 믹스 매치된 단추에 주목하다 보면 더욱 재미있게 22fw 룩을 즐길 수 있다.

 

 

잉크에서 꼭 접해봐야 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재킷. 매 시즌 재킷부터 디자인한다. 시작이 재킷이다. ‘이번 시즌에는 이런 재킷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발상이 늘 떠오르고, 실제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잉크는 누구를 위한 옷인가? 한 마디로 말해줄 수 있나?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앞으로도 변치 않을 대답. 자존감이 높은 여인들을 위한 옷.

 

 

Instagram @eenk_official

              @byhe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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