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취향, 독창적이고 섬세한 아이디어, 재미있는 것을 향한 애정. 서울의 특색 있는 선물 가게를 대표하는 39etc와 위트 있는 디자인의 식료품으로 가득 찬 그로서리 숍 먼데이 모닝 마켓을 운영하는 김어진은 열정과 꿈을 모두 갖췄다. 두 개의 브랜드를 이어가고 끊임없는 작업물을 쌓아가는 그녀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최근 39etc와 니트 프로젝트 브랜드 미수아바흐브(Misuabarbe)와 철물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잘 끝냈다.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깊고 이미 39etc와 오랫동안 함께해 온 브랜드라 합이 잘 맞았다.
위트 있는 툴이 가득하던데, 어떻게 공구와 니트를 접목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철제 공구함 브랜드 ‘토요 스틸(Toyo Steel)’이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되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미수아바흐브에서 예전에 진행했던 니트 돌이나 워크웨어가 떠올라서 디벨롭 과정에 바로 제안을 했다.
39etc 이촌동 쇼룸에서는 ‘메르까또’라는 이름의 작은 플리마켓도 진행하면서도 백화점, 카페 등 색다른 공간에서 제품 론칭 팝업 스토어도 열고 있다. 어느 한 곳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공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장소에서 팝업 스토어를 하게 되면 39etc를 알고 계시는 분들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들과 만나게 되고 판매로 직결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다각도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귀한 경험이 된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39etc의 남다른 기획력과 센스가 돋보인다.
기획이라고 하면 뭔가 엄청난 프로세스가 있을 것 같은데, 39etc의 기획은 말장난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야채와 아무 상관 없는 베지터블 레더에서 비롯된 야채 오브제로 구성된 베지터블 마켓이나, 오렌지색만 같은 오렌지 와인을 좋아해서 기획한 오렌지 바 팝업 프로젝트처럼. 이 팝업에서는 공간 전체를 오렌지색으로 꾸미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방문하시는 분들께 오렌지 색 안경을 증정했다.
셀렉트숍 엠프티(Empty)의 패키지 디자인, 영국 테크 브랜드 나띵(Nothing)의 스페셜 패키지, 화장품 브랜드 쏭크(Sonc)의 그래픽&패키지 디자인 등 다양한 브랜드와 개인 작업도 하고 있다. 쉬지 않고 많은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재미. 재밌으면 잘할 수 있고, 잘하는 걸 하면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잘하는 걸 해야 할지, 재밌고 좋아하는 걸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좋아하는 걸 더 잘하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효창동에 위치한 먼데이 모닝 마켓(MONDAY MORNING MARKET)은 그로서리 숍이자 F&B 컨설팅,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다. 먼데이 모닝 마켓에서 당신의 역할은?
먼데이 모닝 마켓은 요즘 케이터링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나는 케이터링 컨셉 기획과 테이블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다.
39etc와 먼데이 모닝 마켓, 각각이 가진 재밌는 점과 어려운 점이 있다면.
39etc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선물 가게와 스페셜 패키지를 제공하는 스튜디오, 두 가지 갈래로 방향성을 나눴다. 재밌는 점은 언제 들어도 설레는 선물을 다룬다는 점. 설레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은 짜릿하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항상 숙제다.
먼데이 모닝 마켓에서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음식)를 제공하고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점이 즐겁다. 어려운 점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오브제와 다르게 케이터링은 날씨나 행사의 특성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점. 주변 환경에 예민한 음식과 꽃을 다루는 일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지난 10월에는 비이커 한남점에서 아모멘토와 “A SLICE OF A DAY”라는 이름의 팝업 스토어도 열었다. 먼데이 모닝 마켓이야말로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단체 같다. 먼데이 모닝 마켓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먼데이 모닝 마켓은 푸드를 주제로 브랜딩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레스토랑, 델리, 케이터링 서비스의 세 가지 큰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효창공원 근처의 레스토랑과 델리샵을 운영 중이고, 다양한 브랜드들과 케이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름 때문에 밝고 편안한 느낌이 있어 자체적으로 만드는 콘텐츠는 아침에 관련된 쪽으로 방향성을 잡으려 한다.
밀라노에서 유학을 한 거로 알고 있다. 해외에서 가장 좋아하는 샵은 어딘가?
밀라노 EATALY. 잇탤리는 이탈리아 산지 식재료만 취급하는 식품 백화점이다. 밀라노에서 살던 집 근처에 잇탤리가 있었는데 층마다 와인, 파스타, 유제품 등 큼직한 카테고리 내에서 어마어마한 종류의 식재료를 판매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비싸고 새로운 식재료들을 사다가 요리하곤 했다.
외향형(E)인가?
그렇다. ENFJ.
ENFJ는 처음 만났다. ENFJ 빙고에서 당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문구 하나만 골라달라.
‘뭔가 많이 읽음’······. 이게 가장 꽂힌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책을 많이 읽나?
오후에는 미팅이나 외부 일정이 많아 유동적으로 시간을 쓰고, 자기 전에 책을 읽는다. 밤은 조용히 보내는 게 좋다. 산책도 자주 한다. 고민이 있거나 작업이 안되면 나가서 걷는다. 걷다보면 생각이 많이 정리된다. 요즘은 하루에 2시간씩 걷는다.
39etc 제품 중에서 지금 당신에게 한 가지를 선물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1920년 독일 Lauscha 지역에서 만들어진 뱀 모양의 빈티지 화병.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39etc에서 특히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 있다면.
츠보타 펄(TSUBOTA PEARL)의 카드 홀더. 39etc 팀 모두가 쓰고 있고 주변에 선물한 적도 많은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 내부에 거울이 있어서 일석이조다. 심지어 나는 두번째 카드 홀더를 사용하고 있다.
2023년 새해 목표를 세운 게 있다면 하나만 알려달라.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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