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는 사물을 향한 관심과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도전으로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사용자의 이야기를 재료로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이스 유오알(UOR)이다. 스페이스 유오알이 세밀히 채운 공간에는 효율성과 심미성이 공존한다.
‘스페이스 유오알(SPACE UOR)’ 소개를 부탁한다.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UOR을 운영한 지는 3년 6개월이 되었고,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3년 정도 소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오알’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회사 이름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어떤 챕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 ‘Under One Roof’ 였다.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한 지붕 아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 ‘Under One Roof’의 약자, UOR을 회사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다.
유어네이키드치즈, 쏘리낫쏘리, 찬쌈, 아즈니썸 등 와인바나 카페를 비롯해 맹그로브 스테이 등 다양한 공간 브랜딩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우고 활용했나?
시각디자인을 전공해서 실내디자인을 학문적으로 배운 경험은 없다. 대학 시절, 시각디자인 전공에서 주로 다루는 평면 작업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방황을 많이 했었다. 나에게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조소나 금속, 목조형 등 타과 기초수업을 수강하면서 학점을 채우기도 했다.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F&B 공간디자인을 해볼 기회가 생겼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고 나의 첫 프로젝트였다. 그때 시공사에 도면을 보내야 했는데 어떤 툴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기초도 없는 백지상태.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했기 때문에 겁 없이 일을 받아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공사 관계자분들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 분명하다.
스페이스 유오알이 디자인한 와인샵 유어네이키드치즈 해운대점, 카페 쏘리낫쏘리, 타이 퀴진 찬쌈
보통 한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완성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일정이 필요한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UOR에서 진행했던 경험으로는 짧게는 2개월, 가장 길게는 10개월이 걸렸다.
실내 공간을 디자인할 때 무엇에서부터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다.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생각들을 잘 곱씹어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 또는 평소에 출발하지 않는 지점에서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가진 생각과 경험에 또 다른 한 개인의 경험과 스토리가 결합하여 그것들이 친밀하게 엮일 때 고유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
때때로 우리 마음에 드는 멋진 구상이 번쩍 그려질 때가 있다. 그 순간, 그리고 그 구상이 클라이언트 마음에 들어서 실제로 구현될 기회가 생겼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과물에 좋은 반응이 있을 때 가장 기쁘다.
스페이스 유오알이 디자인한 리빙 편집숍 셀렉트 마우어, 카페 아즈니섬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본인만의 규칙이나 신념이 있다면?
“쓸모 있게 만들자.”
당신이 작업한 공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공간은 죽도록 고생했던 공간들이다. 특히 일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에 겁 없이 받아서 했던 일들. 결국 일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던 고마운 현장들이다.
당신의 주거 공간이 궁금해진다. 어떻게 꾸며진 공간에 살고 있는지 알려줬으면 한다.
물건이 많지 않은 집에 살고 있다. 마음에 꼭 드는 좋은 가구를 사고 싶은 마음에 아직 식탁과 의자 말고는 가구라고 칭할 만한 물건들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벽은 패턴 무늬가 있는 벽지에 흰색으로 페인트를 칠했고, 바닥도 흰색 나무무늬 바닥재를 깔았다. 어쩌다 보니 흰색을 좋아하는 사람의 집처럼 되었다.
질문을 조금 더 넓은 범위로 이해하고 답변하자면, 공간을 꾸미려면 우선 집을 골라야 하는데 집을 보러 다닐 때 입지 조건에 대한 희망 사항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언덕 위에 있을 것, 두 번째는 높은 층일 것, 세 번째는 해가 잘 들어올 것. 그래서 서울 근교 작은 마을의 한 골목 언덕 끝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의 꼭대기에 살고 있다.
집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은?
하얀 도기 재질의 고양이 밥그릇.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는데,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집에 돌아온 후, 힘겹지만 조금 나아진 얼굴로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었다. 살렸다는 안도감과 이겨내 준 고양이에 대한 기특함, 고마움 같은…
현재로서는 집에서 가장 소중한 의미를 가진 물건이다.
당신에게 디렉팅을 맡겼을 때 가장 명확하게 얘기해줬으면 하는 건 무엇인가?
공간을 만드는 이유와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 프로젝트에서 시간과 비용의 제한은 필연적인데 프로젝트와 디자이너, 클라이언트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가지 않으면 시간적, 비용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실패에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라온다. 공간이 왜 필요한지, 공간을 만들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으면 모두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집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공간을 좋아한다. 차를 마실 때 뜨거운 수증기의 그림자가 생길 정도의 강한 햇빛이 드는 공간.
공간 디자인을 벗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특용 작물을 재배해보고 싶다.
Website uor.kr
Instagram @uor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