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Mar 11, 2024
3750 Views

#Particle_People 패션 디자이너 김지용

햇빛이 만든 패턴에 우아한 실루엣을 더하여

Interview
Kim, Jiyong
Text
Park, Geunyoung
Photography
Noh, Junggyu

People
Mar 11, 2024
3647 Views

#Particle_People 패션 디자이너 김지용

햇빛이 만든 패턴에 우아한 실루엣을 더하여

 

‘바래다’, 볕을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한다는 뜻. 실수로 창가에 오래 널어둔 옷이 빛이 바랜 걸 보며 아쉬워했던 경험이 있다면, 여기 그 자국을 얻기 위해 부러 햇볕이 하는 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김지용 디자이너는 버려지는 사물에서 새로운 미학을 찾고, 자연의 시간을 받아들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든다.

 

Interview Kim, Jiyong (@JiyongKim_official)

Text Park, Geunyoung

Photography Noh, Junggyu

PART 1. Work : Collaboration with the Sunlight

 

당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일본 문화복장학원에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고,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으로 제작했던 컬렉션을 일본 유명 편집숍 GR8에서 모두 구매하겠다는 연락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나의 브랜드‘JiyongKim’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당신의 졸업 쇼 사연을 기억하고 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졸업 쇼가 팬데믹으로 취소되자 작품을 직접 촬영하여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는데, 그게 세상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팬데믹이 물러간 지금, 당신에게는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21년부터 한국에 머무르며 브랜드 오픈을 준비했다. 옷을 만들려면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사소한 걸 물어볼 수 있는 선·후배 등 연고가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부딪히며 배워나가야 했다. 떠올려보면 정말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감사하게도 다양한 기회가 찾아와서 작년에는 네 번의 큰 전시를 열었고, 제19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도 수상하게 되었다.

 

플라츠 2와 킨포크 도산, 10 꼬르소 꼬모 서울 등에서 열린 전시를 보며, 지용킴의 옷은 패션과 예술의 경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용킴의 옷은 어느 하나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긴 시간을 들여 ‘선블리치(Sun Bleach, 어떠한 화학 제품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에 노출해 섬유를 탈색하는 방식)’ 패턴을 입히고, 원단이 중력을 만나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만의 드레이핑(Draping, 인체나 인체모형에 직접 천을 대고 마름질하는 입체 재단 방법)을 연구한다. 우리의 옷은 찬찬히 들여다보거나 직접 입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기에, 작년에 전시를 열 기회가 왔을 때도 그동안 옷에 담았던 새로운 시도와 재미있는 디테일을 전하기에 아주 적합한 프리젠테이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JiyongKim 2024 S/S 시즌 프레젠테이션 전시 (스페이스 이수)

선블리치 기법의 매력은 언제 처음 발견했나?

나는 어릴 때부터 빈티지 의류와 아이템에 관심이 많았고, 세상에 없는 걸 만들고 싶었다. 시간의 흔적이 남은 사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빛바랜 자국에 눈길이 갔던 거 같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도 빈티지 마켓에서 발견한 폐업한 극장의 오래된 벨벳 커튼의 겉감과 안감, 단추를 조합해 코트를 만들었다. 종종 SNS를 통해 빛이 바랜 원단이나 옷의 사진을 올리며 지용킴 계정을 태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블리치 기법이 우리만의 특징으로 잘 자리 잡고 있는 거 같아서 재미있다.

 

선블리치 작업의 과정이 궁금하다.

어떠한 화학 제품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힘에 의존하여 원단을 탈색하기 위해서는 보통 한 달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원단과 옷을 들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작업장으로 이동하고, 작업 이후 원단을 세척하는 일도 직접 하기에 실제로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동안 선 블리치가 가능한 원단을 찾고, 원단에 따라 색이 바라는 경과를 체크하고, 부자재 사용에 따라 어떤 패턴이 나오는지에 대한 연구와 개발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꽤 아카이브가 쌓여 예전보다는 작업이 수월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예측 불가한 자연의 힘을 믿어야 하는 작업이라 여전히 시행착오가 많다.

올해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작업장에 널어둔 옷에 선블리치 효과가 충분히 입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컬렉션 오픈을 위한 스케줄은 이미 다 정해져 있는 상황. 당장 파리 출장에 가져가기로 한 수량을 조정한 후 미리 선블리치해둔 원단을 재단하여 퍼즐처럼 패턴을 맞추며 역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블리치 작업 완료한 원단도 늘 확보를 해두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서 우리의 패턴과 유사한 제품이 출시되어도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아무리 프린트하거나 약품을 사용해 패턴을 재현하려고 해봐도 태양 아래서 천천히, 농사짓듯이 만든 선블리치 모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JiyongKim

앞서 말한 것처럼, 지용킴 옷은 ‘확신의 실물파’이다! 옷이 그리는 유려한 선에 압도된다.

지용킴이 선블리치 작업으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우리만의 실루엣과 디테일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도 지용킴 팀원들이 무척 신경을 많이 쓰는 지점이기도 하고. 이번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장식을 더하지 않고 패턴 자체로 입체적인 실루엣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였다. 예를 들어 ‘커브드 와이드 트라우져Curved wide trousers’의 경우 천을 재단하지 않고 다리 형태를 따라 그대로 감아내는 형태로 작업하여 바지 옆선에 솔기가 없이 완성되었다. 앞으로도 실루엣이나 드레이핑, 디테일을 강조할 수 있는 입체 패턴을 이용해 하나의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는 우아한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

 

설날 연휴 무렵에는 파리 출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우리는 1년에 두 번 패션 위크 기간에 맞추어 파리에 쇼룸을 열고 해외 바이어들을 만난다. 지용킴의 2024 봄·여름 컬렉션부터 곧 오픈하는 파리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들어갈 예정인데, 그 결정이 난 후 처음으로 우리의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라 조금 떨리기도 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대표인 아드리안 조페Adrian Joffe,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의 설립자인 카를라 소차니Carla Sozzani를 비롯한 많은 멋진 사람들을 만났고, 모두 우리의 옷을 감명 깊게 바라봐주어서 기뻤다.

 

지용킴의 옷은 어디서 만날 수 있나?

런던, 파리, 뉴욕 그리고 LA에 있는 도버 스트리트 마켓, 일본 도쿄의 GR8, 그리고 온라인 숍인 SSENSE 와 MR.PORTER를 포함해 전 세계 스물한 개의 편집숍에 입점해 있다. 한국에서는 10 꼬르소 꼬모에서 우리 옷을 찾을 수 있다.

©JiyongKim 24SS 컬렉션

지금보다 브랜드 규모를 더 키우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적은 없나?

지용킴의 옷은 공정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대량 생산하기에 제한이 있다. 실제로 조금 더 대중적인 옷을 만들어보라는 제안도 많이 받는데, 우리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깊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도전과 우리의 색을 잃지 않는 고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서야 떠오르는 궁금증. 대체 당신에게 옷은 어떤 존재인가?

나는 중학교 때부터 벼룩시장을 돌아다녔고,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 보며 나만의 아카이브를 모아 소개하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복 등 역사적 스토리를 지닌 빈티지 아카이브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꼭 옷이 아니어도 남들이 모르는 걸 발견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걸 창조하는 걸 좋아해 왔다. 이러한 나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 지용킴이다. 우리의 옷 역시 사람들이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고 진정성을 전하는 힘을 지녔으면 한다.

 

PART 2. Daily Life : Based in Jangchung-dong, Seoul

 

이 동네로 오게 된 계기가 있나?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구했던 작업실도 근처여서 이 동네에 익숙하고, 협업 거래처들도 모두 주변에 있어서 작업하기에 수월한 이점도 있다. 지금 스튜디오로 이사 온 지는 8개월 정도 되었는데 층고가 높아서 옷뿐만 아니라 설치 작업과 아트워크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루틴이 있다면?
해외 출장 가서 만난 파트너들이 “너 어디 살아?”라고 물어보면, 서울이 아니라 오피스에 산다고 대답한다. 그런 농담을 할 만큼 지용킴을 시작하고부터 쉬지 못하고 일만 계속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딱히 취미라고 할 것이 없는데,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커피 내리는 시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얻는다.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바ALLPRESS Espresso bar와  클립슨앤선즈Climpson & Sons의 원두를 꼭 구매해 온다.

자연의 힘을 믿고 순응하며 옷을 만드는 일이 당신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다.

지용킴의 옷이 느리게 완성되니 우리도 느리게 일할거로 생각하면 안 된다. (웃음) 옷이 완성되는 스케줄을 맞추려면 우리는 모든 과정에서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특히 시즌 컬렉션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매일 급하게 산다.

나는 밤이 되면 하늘에 별이 가득 차는 시골 마을에서 자랐는데, 그때의 기억이 나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다. 지금도 마음 한쪽에서는 한적하고 고요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패션 공부를 하고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전 세계 큰 도시를 오가며 살고 있지만, 여행할 때는 한국이든 해외든 자연 속에서 쉬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면 지용킴의 옷처럼, 당신도 햇볕 쬐는 일을 좋아하나?
맞다. 나도 햇볕을 무척 좋아하는데 지금 스튜디오가 지하라서 아쉽다. 작업하다가 너무 힘들 때면 밖에 나가서 광합성을 하다가 들어오곤 한다.

[P]eople_ 요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
지용 : 아내. 같은 패션업계 종사자라 이야기도 제일 많이 나누고, 정신적으로 의지가 많이 된다.

 

[P]late_ 좋아하는 동네 맛집?

지용 : 스튜디오 근처의 평양면옥.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면 줄 서지 않고 빨리 먹고 돌아와 일할 수 있다.

 

[P]laylist_ 좋아하는 노래?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지금 작업실에 틀어둔 플레이리스트 중 다섯 곡을 선택해 보았다.

 

Nu Wav.R. -Stevie Moore

The star of a story – Heatwave

Fast moving cars – Carla Dal Forno

Pronz –  R Mccarthy

Forest run- Joseph Shabason

 

[P]roduct_ 나에게 없어선 안 될 아이템?

지용 : 모카포트. 출장 갈 때도 들고 다닌다.

 

[P]lace_ 좋아하는 빈티지 샵?

지용 : 지금 떠오르는 한 곳을 고르자면, 도쿄 시부야의 블루 룸Blue Room.

Particle Newsletter
이름이 입력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