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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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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Unipair, 강재영 대표

그가 수놓은 자부심, 고집, 날카로운 감각

Interview
Kang, Jaeyoung
Text
Yoon, Dayoung
Photography
Noh, Jung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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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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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Unipair, 강재영 대표

 

 

유니페어(@unipairofficial)는 지난 2월, 한남동에 ‘앤유니페어(@andunipair)’를 선보이며 보다 확장된 세계관,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볕이 유난히 좋던 날, 앤유니페어에서 지금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상향을 설계하는 사람, 강재영 대표(@jaeyoungkang)의 한 페이지를 펼쳐 함께 읽었다.

 

그리고 15년이 넘는 긴 시간 유니페어를 이끌어 온 그의 입장에서 뻔하게 느껴질 법한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을 듣다 보니,

그가 걸어온 시간 동안 수놓은 자부심, 고집, 날카로운 감각이 한 땀 한 땀 그려졌다.

 

 

Interview  Kang, Jaeyoung (@jaeyoungkang)

Text Yoon, Dayoung (@dda_dud)

Photography Noh, Junggyu

사적으로 궁금한 게 많다. 우선 편집숍과 브랜드를 전개할 때 ‘좋은 것’을 선별하는 그 감각, 어떻게 기르는가?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죄송스러운 대답이지만,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게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느낌’이 있어서.

 

그냥 느낌이 오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기고, 눈여겨봤을 때 재밌거나 특이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연락을 취한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 함께 일하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선별하는 감각이 아닌, 기준은 명확하다.

 

 

어떤 기준인가?

 

“그저 멋있다 혹은 정말 잘 만든다. 너무 진정성이 있다.” 그런 부류의 느낌. “이게 어쩌면 돈이 되겠다.”라는 생각은 잘 안 하는 편이다.

 

 

그 ‘기준’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

 

맞다. 내가 세운 기준에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 지켜왔다. 그게 일종의 핵심일 수도 있겠다. 나의 취향은 잘 안 바뀐다.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다면?

 

초등학교 다닐 때, 나이키 운동화 광고를 보고 아버지에게 운동화를 사달라고 조르던 그때부터. 그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주신 컨버스 운동화가 정말 예쁘더라, 그 신발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신고, 돈을 모아 다른 컬러까지 샀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 됐을 때 에어 조던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농구를 좋아해서 중학교 1학년 때는 슬램덩크 만화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전에 명동의 서점에서 구해 읽었다. 어느날, 슬램덩크 특집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마이클 조던이 첫 우승을 거머쥔, 1991년 NBA 결승전 취재 사진이 브로마이드로 들어 있더라. 무심코 그 사진 속 마이클 조던의 농구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멋있는 게 있구나.‘

그 충격이 신발을 향한 사랑,  내가 해마다 조던을 구매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 닮고 싶었던 인물이 있었나?

 

마이클 조던.

농구 선수 중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 두 사람을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마이클 조던이라고 답할 수 있다.

유니페어와 앤유니페어의 결정적인 공통점은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안하는 진심’이라고 느꼈다.

겪어본 사람이 안다고, 수많은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쇼핑 경험’이 있다면?

 

어떤 매장, 식당, 술집, 스토어 등 어떤 곳에 모든 요소를 살펴본다. 공간부터 음악과 향, 직원의 스타일 태도까지. 이렇게 바라보고 경험한 것에서 흡수했다.

인상 깊은 경험 중 하나는 형과 함께 도쿄에서 굿이어 웰트 제법의 구두를 구매했던 경험. 일본 잡지를 보며 든 의문이 있었다. “굿이어 웰트 구두가 고급 구두라는데 왜 한국엔 없는 거야?”라는 의문. 그래서 형이 회사에 다니고, 나도 입사하기 직전, 둘이 도쿄에 가서 구두를 샀다. 그때 긴자의 스카치 그레인(Scotch Grain)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서 구두를 구매하려는데, 사이즈는 물어보지도 않고 앉으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자를 가져와서 내 발 치수를 재고, 창고에 가서 구두를 들고 왔다. 그때 그 직원분께서 “이게 손님께 맞는 사이즈에요.”라는 말과 함께 건네준 구두는 내 발에 딱 맞았다. 거기서 끝인 줄 알고 결제를 하려던 순간, 그 구두를 가져가 그 자리에서 광을 냈다. 그 경험이 참 인상 깊었다. 그때 산 구두, 회사 다닐 때 아주 잘 신고 다녔다.

어떤 인터뷰에서, “모두 신발 사이즈부터 다시 재야 한다.”라는 답변은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런 이유도 있고, 아마 자신의 발 사이즈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발 사이즈가 어려운 이유는 발은 부피 개념이고, 입체적인 형태니까, 가죽 혹은 천으로 만든 신발의 안쪽 공간과 발의 부피가 잘 맞아야 비로소 ‘잘’ 맞는 신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발 사이즈를 얘기를 할 때 “길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길이는 뼈 골격이고, 뼈는 줄일 수가 없지 않나. 발 길이 확보가 안 되면 발은 계속 신발 안에서 혹사당한다. 여기서 하나 더, 발가락도 사람마다 길이가 다르니까 볼 조인트라고 엄지발가락과 발등이 연결된 뼈의 길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길이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발관절 어딘가의 불편함을 겪게 돼 있고 그때부터 피로가 쌓이는 거다.

신발은 멋도 중요하지만 기능이 꼭 따라가야 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사이즈가 정확하게 맞아야 제 역할을 한다. 멋은 그다음인 것 같다. 사람 발이 얼굴 다른 것처럼 다 다르게 생겼는데, 어떻게 그냥 길이와 발볼만 가지고 맞출 수 있겠냐만, 적어도 그 정도는 정확하게 알아야 편한 신발을 고를 수 있다.

 

 

‘앤유니페어’라는 공간을 통해 제공하고 싶은 것

 

유니페어를 운영할 때는 좋은 신발을 잘 맞는 사이즈로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 지금은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좋은 것’, 그 ‘좋은 것’을 앤유니페어에서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 유니페어의 개념적인 확장을 앤유니페어를 통해 선보이고 싶고,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 문화와 예술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적극적으로.

유니페어의 시작부터 앤유니페어 론칭까지,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사업적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 멋지고, 서울에 필요한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될까 안 될까”라는 고민은 짧게 하고, 그냥 하는 것.

내가 아니면 아무도 안 할 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해야지. 일단 시작하고, 무식하고 단순하지만, 가만히 버티는 게 내 전략이다. 하루하루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고, 오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공감하는 단 한 명만 있어도 돼 이런 생각으로. 여기서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비슷한 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들은 나의 전략, ‘버티기’를 지속할 힘이 되어준다. 모든 사람이 우리와 같은 생각, 라이프 스타일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 소중한 분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노하우가 있다면?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 삶이다 보니, 일과 일상을 구분할 수 없다 퇴근해서. 저녁 먹고 소파에 앉아서 새로 나온 농구화 리뷰, 자동차 사진 보는 것도 내게는 일일 수도 있겠지, 난 그걸 되게 즐기는 타입이다.

되게 맛있는 음식, 되게 맛있는 술을 먹을 때의 자잘한 행복감으로 일상을 채우는 것,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운동할 때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노하우다. 오랫동안, 30년 넘게 농구를 좋아해 왔다. 정말 좋아하는 운동이어서 농구할 때 아이처럼 순수하게 몰입하는데, 그때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농구하러 가려고 일요일마다 4시 반에 일어나는 게 피곤하지만, 그게 없으면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싶다.

일을 하며 느낀 보람

 

오랜 고객 중 한 분께서 중요한 계약 자리에는 늘 유니페어에서 구매한 구두와 레더백을 꼭 챙겨 다니시다, 언젠가 큰 계약을 성사한 뒤. 제게 “이거를 들고 다니면 꼭 뭐가 되더라.”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고, ‘우리가 판매한 물건이 그 분을 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했다.

그분의 능력과 노력 등, 여러 가지 요소 덕분에 계약이 성사가 된 거고, 우리 제품은 그사이 ‘우연’과 가까운 요소로서 작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제품을 실제로 일상에서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실 만큼 좋아하시는 모습에 그저 행복한 건 어쩔 수 없더라. 원래 우리가 궁극적으로 주고 싶었던 가치를 몸소 느껴주셔서 감사한 경험이기도 했다.

 

 

유니페어, 앤유니페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

 

원래 소셜미디어에 슬로건이나 모토를 쓰면 괜히 간지럽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런 내가 몇 년 전부터 항상 써놓는 게 있다. “Go and Change the World.”라는 말.

유니페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사람들의 인생에 재미, 소소한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내 손으로 도와 사람들의 인생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거지.

그리고 앤유니페어(&unipair)를 통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멋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고 싶다.

일상을 살아가는 강재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유니페어와 나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먼 훗날 내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가 멈췄을 때, 나의 가치가 재조명된다고 해도 지금과 변함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한국 남성 패션 업계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던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종종 한국 패션 역사서에 “유니페어라는 브랜드가 생기면서, 우리나라 남성 패션 어떤 영향을 미쳤어.”라는 한 줄이 들어갈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고 생각한다.

 

 

뜬금없지만,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좋아하는 작가나 감독이 생기면 그들의 작품을 섭렵하는 스타일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그때 홍콩 영화에 빠져들어서 많이 찾아봤다. 특히 왕가위 감독의 작품.

당시의 배우들 임청하와 장만옥은 지금 봐도 너무 멋있다. 매력적이고. 얼마 전의 일요일, 혼자 있던 오후에 TV를 보는데 <화양연화>를 상영하더라, 무심결에 다시 봤는데 예전에 내가 봤던 감상과 다른 감상을 했고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유니페어 스타일’에 대해 소개하자면

 

멋이라는 한 축에 태도와 로맨스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에 빗대어 얘기해 보자면, 단순한 멋과 화려함을 넘어 복식(服飾)의 룰이 있다. 상황과 장소에 꼭 맞는 규칙들이 있는 거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시간을 보낼 때, 그 상황에 맞게 멋을 내고 가는 것조차도 어쩌면 소소한 규칙을 지키는 거고, 어떻게 보면 정말 로맨틱한 거다. 이 달콤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거기에 일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이런 관점으로 ‘멋’을 대하고 일상에 취했을 때의 즐거움과 낭만을 유니페어를 통해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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