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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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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LOWA KIM

김로와를 만나서 참 반가웠다

Interview
Kim, Lowa
Text
Yoon, Dayoung
Photography
Ha,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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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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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LOWA KIM

 

태피스트리 작가 김로와를 만나서 참 반가웠다.

 

꾸밈없는 이야기를 듣기도 접하기도 어려운 요즘 세상에, 긴말 필요 없이 작품을 통해 거짓 없이 그려낸 시간과 차곡차곡 쌓아낸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눈으로 어루만질 수 있었으니.

 

그가 손으로 엮어내는 작품을 살펴 보니, 지금까지 초겨울의 햇빛처럼 밝고 날카로운 시간을 손으로 쌓아 올렸겠다고, 직감했다.

 

본인의 모습과 꼭 닮은 작업을 지속하는 김로와 작가와 ‘작업이 일상을 어떻게 바꿔 나가는지’ 나눈 이야기.

 

Interview Kim, Lowa (@lowakim_)

Text Yoon, Dayoung (@dda_dud)

Photography Ha, Junho (@junho_obscurus)

먼저 태피스트리(tapestry) 작업,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미술대학 의상학과 전공으로, 전공 특성상 직물을 많이 만졌다. 학과 수업 중 직조 수업이 하나가 있었는데, ‘직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대한 원리를 배우는 그 수업을 통해 직조가 내 성격과 잘 맞물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졸업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 욕심은 많았지만 의류 패턴은 내가 할 영역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했고, 엄청 특이한 디자인을 선보일 자신도 없었다. 

 

그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원단을 내가 직접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 당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졸업 작품을 모두 직조 작업으로 만들어냈다. 작품으로서 텍스타일 개발을 한 그때부터 태피스트리를 시작했고, 어쩌다가 여기까지 흘러왔다.

그럼 시작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흘렀나? 지나온 시간에 대해 얘기해달라

 

졸업 작품으로 직조를 시작 한 게 2019년도, 그때였으니까. 이제 6년 차에 접어들었다. 태피스트리를 지금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 2019년에 졸업하고 바로 취업 준비를 하던 와중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바로 수술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연히 앞두고 있던 면접은 모두 취소했고, 몇 개월 정도 건강 관리만 해야 했다.

 

그때 이제 나 뭐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취직을 준비할 만한 열정이 없었고, 내가 뭘 하고 싶다는 대단한 꿈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때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텍스타일 과 교수님께서 내가 안쓰러웠는지, 잠깐 대학원 다니면서 취업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셔서 직조로 만들어낸 졸업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해 텍스타일 과로 전향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되던 시기여서, 쉬면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이제 나의 첫 개인전, 《암순응》의 발판이 되었다. 

Depth 깊이감 (2020 mixed yarns with diverse textiles, 13090 (3 pieces)

Continuity 연속성, 2021  (mixed yarns and film pieces, 129*153)

직조의 어떤 매력에 빠졌나?

 

거짓이 없는 느낌, 밑에서부터 실을 한 줄씩 쌓아 올라가는 과정이어서 정말 시간과 비례하다.

 

바닥에서부터 쌓아 올라가고 시간에 비례하게 면적이 채워지는 과정, 무조건 밑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과정과 생각 하나하나가 쌓이는 느낌에 매료됐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보통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작업에 임하시는지 잘 모르고, 나 자신도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을 작가라는 단어 말고 칭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편의상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시는 건 상관없지만. 어떤 메시지를 자신의 표현 방식으로 타인한테 전해야 하는 게 작가라면 나는 아직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 개인전, 《암순응》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그저 ‘나의 이야기’를 담았을 뿐이지, 한 번도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작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내게 보편적인 얘기를 할 만큼의 경험이 없는 걸 수도 있겠다.

 

내가 했던 얘기, 내가 하는 얘기를 타인들이 흥미롭게 여겨준다면, 단순하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나중에 타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도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작업은 내게 일기장 같은 거니까. 

김로와 개인전 《기괴한 식생》 2023

정직함을 추구하는 것 같다

 

솔직하게, 꾸밈없이 살고 싶다. 물론 잘 될 수 있는 요행이 있다면 나도 하고 싶긴 한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행을 시도했다가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정말 작은 시험마저도 벼락치기를 하면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었기에.

그 모든 경험에서 깨우친 건지, 이제 묵묵하게 계속하는 거 말고는 안 되겠다는 것과 어쨌든 계속하면 결과는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태피스트리 작업은 “실행 취소”버튼이 없지 않나, 과정에 대해 얘기해달라

 

일상에서는 정말 계획적이지만, 작업은 즉흥적으로 한다.

작업할 때 실 하나가 계획한 것과 달라져도 거기에 맞춰서 새로 작업을 하는 편이다. 물론 스케치와 다르게 나오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도 좋아한다. 누구와의 협업이 아닌 혼자서 작업 할 때 더 좋은 표현 방식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으면 바로 적용시키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도망칠 곳이 없지 않나, 나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나?

 

애초에 취미가 아닌 작업으로 태피스트리에 접근했고, 이제 나도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일단 작업은 지속한다.

 

내가 바라보는 나는 혼자 잘 놀고, 혼자 잘 푸는 반면에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센 사람이다. 태피스트리는 대체로 혼자 하는 작업이니까,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내 미관으로 봤을 때 괜찮은데? 하면 태클 걸 사람도 없으니까, 스트레스가 별로 안 생기고 개인 작업할 때는 정말 행복하다. 더할 나위 없이.

 

그래서 다른 분들과 협업할 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도 에너지가 생긴다. “이거 해내면 나 진짜 짱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힘들어하지 않고 신나게 작업한다.

 

그럼에도 내면 혹은 작업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어찌 되었든 다시 되돌아가지 못하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그럴 때는 좋아해서 열댓 번은 본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틀어 귀로 듣고, 극 중 배우들의 대화를 맞추며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 별거 없다.

그럼 하루는 어떤 시간으로 엮어내고 있나?

 

체력이 너무 안 좋아져,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인생 처음으로 헬스장에서 PT를 받고 있다. 아침 7시 반쯤 일어나서 헬스장 가서 개인 운동하고, 샤워하고 씻고 출근해서 개인적인 일정이 없을 때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근무를 하고, 일이 있으면 조금 일찍 퇴근해서 개인 일정을 소화한다. 이제 집에 돌아오면 스케줄 정리를 하고 작업을 조금 하다가 밤 12시, 1시쯤 잠든다 일밖에 안 하지만 그게 너무 행복하다.

 

워커홀릭은 아니지만 무료했던 시간이 워낙 길고 길었다. 물론 그거에 따른 결과가 전시 《암순응》이었고, 그 기간은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지만, 그 시간을 다시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생각하는 게 있다. 이제 《암순응》의 김로와는 끝났다고.

 

 

작업할 때 자주 듣는 노래가 있나?

 

보통 《프렌즈》를 주구장창 틀어 놓는다. 내가 아는 대사가 나오면 같이 쳐주고, 내가 미리 칠 때도 있다. 노래를 들을 때면 여성 보컬의 팝을 자주 듣는다.

 

 

타인의 작품에서 위로 받은 경험이 있다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캐나다에서 살았다. 어쨌든 타지니까, 친구들과 놀기보다 혼자 방안에서 CDP에 이어폰 꽂고 노래 듣는 순간을 즐겼고, 그때 CD 안에 있는 가사집을 자주 봤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게 어떤 걸 견디는 수단이 됐더라, 그때의 소니 CDP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가사를 알고 들으면 위로되는 노래에서 이따금씩 위로를 받는다.

내가 묵묵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에 대해

 

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거 하나, 근본 없는 확신을 안고 꿈을 그려나가고 있고, 작업하면서도 내가 꿈을 이루었을 때의 모습, 해외에서 영어로 인터뷰하는 것도 계속 상상한다.

 

그 확신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학 다녀와서 대원외고 졸업하고, 대학교 들어가서 취업 준비하고, 그 일련의 과정이 말로 하면 쉽겠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걸 이겨낸 아이가 지금 모두의 예상에서 벗어났다는 것 자체부터 내 모든 것에 대한 책임까지 안고 나아가려면, 이 정도 확신은 갖고 꾸준히 노력해서 성공해야 한다. 비단 꿈을 이루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나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고, 격려하고 참아준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작품을 하나라도 사준 분들 때문에라도 계속해야 한다. 내가 지금 놓아버리면 그냥 어떤 이의 취미를 구매한 것밖에 안 되는 꼴이니까. 그런 감사한 순간이 많이 쌓여 있기도 하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말, 자존심 때문에라도 끝까지 해야겠더라. 죽기보다 싫은 게 자존심 상하는 거니까.

내가 쉬는 방법

 

쉬는 것과 일 사이에 큰 경계가 없다. 그냥 작업할 때도 쉬는 것 같다.

뭐든 손에 익으면 별 생각 없이 하니까, 쉬면서도 일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느낌. 그게 나에게 전혀 해롭지 않다. 그래도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강아지 산책을 오래 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이제 우리 나이 또래는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바뀌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던 친구들마저도 현실적으로 바뀌었고. 요즘 우리 모두 힘드니까. 예전에 나였으면 어떤 재정적 사회적 위치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겠지,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맞고 틀리고는 없겠지만. 정말 독립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그렇다고 낭만이 없지 않은 사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요즘 일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 중 하나인데 ‘친절함’에서 나오는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더라. 원래 알고 있었지만, 친절함에서 나오는 멋있음은 분명하니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태피스트리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진지하면서도 재밌는 요소가 많은 작가로 다가가고 싶다. 그리고 나와 작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금 인터뷰도 너무 설레고, 재미있다. 누가 나를 궁금해한다는 것도 좋고, 어디 가서 내 이야기 할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이런 순간이 귀하고 감사하다.

 

언젠가는 영어로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 학교에 가서 처음 친구와 썼던 언어가 영어여서 그런지, 더 편한 느낌이고, 영어로 말하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내가 노출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작품을 만들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평가해 줄 사람, 비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좋은 기회로 노출이 된다면 그만큼 관객이 많이 생기는 거니까. 그래서 올해 목표는 나를 좀 더 알리는 거. 그리고 단어만 ‘작가’겠지만,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하자.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스스로 아쉽지 않게, 뒤돌아보지 않을 확신을 스스로에게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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