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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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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35Scent 김상현 디렉터

김상현의 상상은 향으로 피어난다

Interview
Kim, Sanghyun
Text
Yoon, Dayoung
Photography
Ha, J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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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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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35Scent 김상현 디렉터

 

35Scent를 전개하는 김상현 디렉터의 상상은 향으로 피어난다.

 

향은 우리에게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냄새일라도, 향에는 형태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끔 감각을 주무르는 능력이 있고, 어떤 향을 맡고 특정한 과거,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사람 혹은 장소가 떠오르는 경험을 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니.

 

보이지 않는 향기로 일상적 순간을 기억하는 그와 향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Interview Kim, Sanghyun (@sang_snag)

Text Yoon, Dayoung (@dda_dud)

Photography Ha, Junho (@junho_obscurus)

다른 브랜드 향수도 종종 구매하는지

 

원래 향수를 잘 안 쓰는데, 일본의 향수 브랜드, 리토우(retaW)는 좋아해서 종종 구매한다.

 

 

브랜드 35 Scent의 시작에 대해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아버지가 ‘향’을 배워보는 걸 권유하셨다. 악취를 정말 싫어하고, 어떤 걸 접할 때 냄새부터 맡는 오래된 습관을 알고 계셨나 보다. 비록 내가 향수는 잘 안 뿌려도 그 오래된 습관에서 생겨난, 향에 대한 집착이 있었기 때문에 조향을 배우게 됐고, 향을 매개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브랜드 35 Scent를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문화와 함께 풀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제일 처음으로 선보인 향

 

처음 만든 건 프리티 하드코어(Pretty Hardcore).

 

지금 와서 보면 아쉬운 향이기도 하다. 왜 처음에는 너무 멋 부리면 안 되지 않나? 좀 내려놓고 해야 하는데, 살짝 미숙함이 있었다. 뒤이어 나이트 판다스(Night Pandas), 에브리바디 러브스 더 선샤인(Everybody Loves the Sunshine)을 선보였다.

 

나이트 판다스(Night Pandas)

 

나이트 판다스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연히 잭애스(Jackass)의 영상, ‘나이트 판다스’를 봤을 때, ‘나이트 판다스’라는 어감과 영상 속 인물들이 인형 탈을 쓰고 도시를 배회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 재미에 조금 추상적인 접근을 해서, 야생 판다들이 사는 숲속에서 날 법한 향을 만들어보자 해서 개발했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과정에서 애를 많이 먹은 제품이라 기억에도 많이 남는 향.

그 노고를 알아주시는 건지, 제일 인기가 많은 향이기도 하다.

 

 

에브리바디 러브스선샤인(Everybody Loves the Sunshine)

 

팀버샵에서 일하던 시절, 매장에서 되게 멋있는 향이 났다. 에브리바디 러브스 더 선샤인(Everybody Loves the Sunshine)은 그 향에 대한 기억을 다시 짚어본 제품이고, 당시 신사 매장에 있을 때 주로 듣던 Roy Ayers Ubiquityd – Everybody Loves the Sunshine을 향의 제목으로 차용했다.

친구가 뭘 뿌려야 할지 고민할 때, 어떤 향을 추천하고 싶은가?

 

당연히 나이트 판다스.

 

 

만든 향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향이 있다면

 

오마카세(Omakase).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든 향이다. 덧붙이자면, 내가 우디 향을 처음 맡았을 때 좋았던, 황홀했던 첫인상을 회상하는 향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향

 

베이비 파우더 향. 호불호가 엄청 강하지만, 나에게는 편안한 향이어서.

조향 공부할 때, 꼭 만들어보고 싶었던 향이 있었나

 

추상적인 향을 만들고 싶었다. 약간 발레리노의 발냄새, 이런 말도 안 되는 향.

왠지 향긋할 것 같다. 약간 짜고 향긋한 냄새, 노력에서 비롯된 땀 냄새 그런 거.

그런 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요즘 만들고 있는 향

 

특정한 지명, 사진을 참고해 조향하는 걸 조금씩 시도해 보고 있다. 덜 추상적인 방향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어떤 계기로 조향사의 노트를 봤는데 여행 중 남긴 메모가 있더라. 어떤 것을 봤을 때 받은 영감, 향을 느낀 순간을 적은 내용이었는데, 이와 비슷하게 특별히 어떤 상황에서 영감을 받는다기보다, 일상에서 영감이라고 불리는 아이디어를 우연히 포착한다. 억지로 짜내면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

브랜드를 운영하면 일과 일상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여기서 내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면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한다. 많이 움직이고 많이 만나고, 말하고. 그렇게 해야지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진다. 어디 박혀서 가만히 있으면 스트레스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일단 나가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든 밥을 먹든, 운동을 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향으로서 다른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사실 향 자체에 대한 평가도 너무 감사하지만, 왜 이 향의 이름이 나이트 판다스일까? 왜 이 이름이 붙었을까라는 의문까지 가져줬으면 한다. 어떤 이는 음악으로, 그림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것처럼 나는 향으로 자기표현을 한다. 그런 만큼 단순히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내 이야기, 내 마음을 향으로 표현했으니,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향에서 비롯된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아직은 내 색깔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다.

현실적인 부분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겠지만, 그럼에도 더 정직하게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일상이 힘들어도 내 브랜드는 멋있게 운영하고 싶다.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개인 브랜드 론칭을 꿈꾸거나 운영하는 분들에게

 

내가 브랜드를 시작할 시기, 딱 그 시기에 개인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브랜드이건, 설령 내가 그 존재를 몰라도 나와 같은 시기에 시작한 분들과 오래 살아남고 싶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브랜드라면 더욱더 응원한다. 서로 힘내면서, 어떨 때는 같이 분풀이하면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 힘들어지면 내가 처한 상황과 나 자신 모든 것이 최악인 것 같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텐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순간에서 되도록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시작할 당시에는 그런 생각은 안 했을 테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에 투자해도 돼, 내 간이나 쓸개까지 다 빼도 돼.’ 그런 기세로 시작했을 거잖아. 이건 나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어쨌든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은 그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큰 행운을 거머쥐었다고 생각하며 나의 처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실패해도 되니까 주눅들지 말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색깔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도 나 자신에게 하는 말.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다. 35Scent에서 어떤 순간을 만들어나가고 싶은가

 

우선 내가 만들어내는 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 제품을 안 사도 괜찮으니, 궁금하면 매장에 와서 같이 담배를 피든 커피를 마시면서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게 나에게 큰 에너지가 된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이 맞으면, 같이 재미있는 작업도 하고 싶다.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나

 

연인 혹은 부모님, 가족분들과 함께, 원하는 향과 좋은 추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이후에는 그분들이 우리 매장에서 만든 향을 맡았을 때 향을 만들던 순간과 나의 브랜드를 떠올리길 바란다. 실제로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시절과 기억, 경험을 일깨우는데 향은 매우 효과적이니까.

 

 

연남동에 머무는 시간이 길텐데, 35Scent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하자면

 

우리 매장 바로 위에 있는 리이슈 커피,

그리고 연남동의 레코드 숍 사운즈굿 스토어.

 

 

그리고 요즘 자주 노래가 있다면?

 

YOU KNOW HOW FEEL – SNEEZE, Olive 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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