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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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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남준영 셰프

제가 원래 좀 불확실성에 몸을 잘 던져요

Interview
남준영 셰프
Text
Yoon, Dayoung
Photography
Noh, Jung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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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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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icle_People 남준영 셰프

 

“제가 원래 좀 불확실성에 몸을 잘 던져요.”

요리사 그리고 문화기획사 TTT 대표 남준영은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소중한 가족과 친구, 그와 함께 걸음을 맞추어 일하는 사람들까지.

행복의 의미와 소중한 것은 뭘까, 물어봤을 때

“행복 별거 있나? 지금 이 순간을 나중에 바라봤을 때 내 자신이 기특하면 그게 행복이고, 내 주변의 단순하고 사소한 것, 그리고 내 곁에 머물러주는 것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라고 답한 남준영과 함께

지금까지 어떻게 일하고, 버텨왔는지.

그리고 진정한 행복과 내 삶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나눈 이야기.

 

Interview 남준영 셰프 (@restnam)

Text Yoon, Dayoung (@dda_dud)

Photography Noh, Junggyu

셰프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요리사 그리고 TTT 대표 남준영입니다. 현재는 F&B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더 큰 세계관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시작한 계기

 

결핍에 의해서 나온 행동.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일 최선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어요. 생계를 위해 시작한 거죠. 처음 호주에 가서 돈은 벌어야 하는데, 영어는 잘 못 해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내가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살아가려면, 내가 식당을 운영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식당을 오픈할 거면 지금부터 하는 게 좋지 않나 싶었네요.

정말 힘들고 어느 날에는 그만두고 싶었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자주 찾아왔어요. 제가 이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사소한 것처럼요. 그런 순간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아무튼 멋을 추구한 목표와 꿈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지난 시절, 나에게 위로가 된 음식이 있었나요?

 

힘들었던 기간 동안, 아무래도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들이 저에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어느 날 “내가 왜 노포를 좋아할까?”, “나는 왜 돼지갈빗집을 좋아하지?” 되짚어 봤어요, 어렸을 때 엄마 아빠, 가족과 함께 돼지갈빗집에 갔던 기억이 저에게 선명하게 남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출장을 가거나 놀러 가면 꼭 가는 곳이 그 지역의 돼지갈빗집이에요. 그곳에서 술 한잔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엄청난 행복을 느끼는데, 어릴 적 장면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지난 기억,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요리가 저에게 위안과 안정을 안겨줘요. 그래서 돼지갈빗집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추억 속 음식, 또 있나요?

 

오므라이스, 김치찌개

어렸을 때 부모님 두 분 다 일을 하셨고, 정말 많이 바쁘셨어요.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두 분은 혼자 있을 절 위해 김치찌개를 솥에 가득 끓여두고 나가셨죠. 그럼 저는 일주일 정도 그 찌개를 아주 맛있게 먹어요. 가끔 부모님께서 요리하실 시간도 없으실 때는 용돈을 주셨어요. 그러면 속초 중앙시장 상가 2층에 있는 분식집에서 오므라이스를 자주 먹었네요.

 

 

지금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 중 가장 애착이 깊은 브랜드가 있다면요?

 

일단 효뜨, 남박이요.

왜냐하면 제가 베트남에 가서 느꼈던 장면 하나하나를 곳곳에 표현한 곳이거든요. 제가 직접 느낀 것을 다시금 떠올리고,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의 장면과 기억을 공간으로 구현했어요.

 

 

베트남에 간 이유는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를 사랑하게 되고, 집중하게 되고, 재미있어지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까, 더 깊게 들여다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태국에 직접 가서 하루 종일 음식을 맛보고,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면 제가 만드는 요리에, 진정성을 더해 잘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갔어요.

동남아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제가 호주에서 일을 할 때 아시아 요리를 했어요. 태국, 베트남, 중국, 일본 요리를 기반으로 한 호주식 요리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동남아 요리를 선택했고요.

 

 

그럼 효뜨, 남박에서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냉면, 국밥처럼 정감 있는 음식 좋아해요. 쌀국수는 순위권에도 안 들어갈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쌀국수를 그만 만들게 된다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쌀국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매일 먹다 보니까요.

아무튼 효뜨, 남박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지금은 없어진 효뜨의 닭고기 쌀국수에요. 지금 효뜨의 쌀국수는 소고기 베이스의 육수를 사용하지만, 원래 효뜨는 닭 베이스의 육수, 남박은 소고기 베이스의 육수를 사용했었어요.

셰프님에게 잘 만들어진 한 끼는 어떤 의미인가요?

 

잘 만들어진 한 끼는 단순하고 사소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오랜만에 친구랑 목욕탕에 다녀와서 바나나 우유를 마셨는데 너무 좋았어요. ‘행복 별거 있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저에게 인생은 그런 순간의 연속인 거 같아요. 단순하고 사소하게 우리 곁에 있는 것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요? 결국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온전히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남박을 기획하실 때도 같은 의미를 담아낸 걸까요?

 

열심히 일하면 맛있는 거 먹고 싶거든요. 보상받고 싶잖아요. 그리고 정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잖아요. 그런데 요즘 현대인은 소셜미디어에 나타나는 모습과 다르게, 밥 먹을 때 생각보다 즐기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남박을 기획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한 그릇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다”였고, 제일 깊게 한 고민은 “우리는 언제쯤 온전히 이 밥 한 끼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가”에요. 그 고민 끝에 선보인 남박은 단일 메뉴 구성에 혼자 식사하기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졌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지쳐 있을 때 대접하고 싶은 음식

 

국을 끓여줄 것 같아요. 만둣국이나 미역국이나 소고기뭇국 같은 따뜻한 국물이요. 좋은 음식은 많지만, 힘들어 지쳐 있는 사람한테 손 많이 가는 음식 대접하면 좀 난감해 할 것 같거든요. 그렇게 지쳐있을 때는 먹을 힘도 없어요. 그래서 따뜻한 국물을 대접하고 싶어요.

내가 영감을 순간

 

제가 선보이는 공간은 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자, 어떤 장면이 재해석된 공간이에요. 사실 저는 제가 아는 것만 잘하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해요. 요리 경력이 짧지 않지만, 그렇다고 몇십 년이 된 것도 아니고, 아직 다양한 퀴진을 경험해 보지도 않았어요.

공간 기획을 할 때,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을 때는, 옛날 영화를 보는 편이에요. 그럼 작품 속 인테리어, 공간과 그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제가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장면에서 오마주를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요.그리고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어요. 저는 어딜 가도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항상 눈은 바쁘고 걸음은 일행 중에서 가장 느려요.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좋은 그래픽, 간판, 공간부터 예쁜 폰트와 컬러까지, 제 눈에 좋아 보이는 건 다 찍어요.

서울에 안 가본 동네에 가면 너무 낯설어서 행복해요. 제가 배울 게 너무 많거든요. 그러니까 저에게 매 순간이 영감으로 다가오고 여행처럼 느껴져요.

나만의 루틴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술 마실 때가 자주 있지만, 그래도 추구하는 루틴이 있어요. 5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1시간 정도 운동하고, 7시에 출근해서, 팀원들 출근 시간은 10시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 보내는 거요. 그 시간 동안 요리 영상 보고,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면서 오직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요.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해도 저를 위한 시간이 없으면 허무한 느낌에 마음이 불편한 거예요. 만약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일만 할 거고, 그 과정 또한 분명 저를 성숙하게 만들겠지만, 새로운 일이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은 오직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만 키울 수 있는 능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시간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만 해요.

 

 

그럼 아침의 시간 말고, 나를 지키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 아침 시간 말고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따로 개인 시간을 보내진 않아요. 그리고 제가 하는 외식업이라는 일이 참 감사한 게 먹고 마시는 거에 노출이 많이 되어있다 보니, 팀원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 많은 부분을 해소해요. 다양한 미식을 경험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일이기도 하지만 그저 제가 즐기면 저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그리고 가족과 캠핑 가는 걸 좋아해요. 아이, 배우자와 함께 취미를 즐기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저를 지키는 것 같아요.

나의 후배가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인정을 해줘요. 저도 그 시간을 분명하게 겪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들에게 공감을 해주면서, 지금 너무 자연스러운 일을 겪고 있다고 말할 것 같아요.

인생은 항상 행복하고, 동시에 항상 불행하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일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일도 인생처럼 내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없으니, 불행하고 행복함의 연속을 견뎌내면서 유연함을 배우는 게 어쩌면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본질적인 걸 겪지 않고, 이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깨닫지 않으면 매번 똑같은 고민이 찾아올 거예요.

포기를 하더라도 일단 견뎌보고 움직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지금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거는 너무 좋은 일이에요. 결국에 나의 일에서 문제라는 걸 마주쳤다는 건 발전할 수 있는 단계를 겪고 있는 거니까요.

 

 

일을 대하는 나의 마음

 

사실 매일 불안하거든요. 제가 너무 부족하니까 불안해요. 더 이상 불안해지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하고요. 그리고 저의 마음가짐은 늘 처음과 같아요. “일단 해보자, 그냥 해보자, 안 해보면 평생 모를 테니까.” 불안하긴 해도, 제가 불확실성에 몸을 좀 잘 던지는 편인 것 같아요. 아까 말했듯 삶이라는 게 너무 불확실하잖아요.

그런데 옛말에 멀리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삶은 짧게 보는 게 아니잖아요.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매일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그리고 또 되뇌죠.

“일단 해보자”

나의 원동력

 

앞으로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은 욕심과 사람.

음.. 그래도 결국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가족도 사람이고 일하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들과 많은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제 원동력이에요.

돈을 벌어야 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잖아요. 어느 정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건 당연한 거고.

 

 

일과 삶, 사람을 정말 솔직하게, 소중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 같아요.

 

효뜨, 남박, 키보… 제가 선보이는 브랜드에는 모두 사람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효뜨’는 효자라는 뜻으로, 효자가 되고 싶은 제 마음을 담은 거고요. ‘남박’은 저와 저의 배우자의 성을 따서 만든 거예요. 오래 하고 싶은 식당이고, 온전하게 따뜻한 한 그릇을 전하고 싶어서요.

언젠가는 ‘우리가 언제 위로받을까, 그리고 희망은 뭘까?’ 생각해 봤어요. 자연스럽게 일 마치고 집에 가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맥주 한잔하는 순간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 순간마다 “인생 별거 있니, 너무 행복하잖아.”라고 말했던 것도 생각났고요.

그런 한 잔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기획한 게 ‘키보’에요. 마지막으로 ‘사랑이 뭐길래’는 슬퍼서 슬픈 노래를 찾아 듣는 게, 당시에는 슬프지만 그때 들었던 음악을 나중에 들었을 때는 웃기면서 행복하거든요. 너무 소중한 기억이죠? 그럴 때 ‘저는 사랑이 뭐길래…’라는 말을 했고, 그 감정선에서 비롯된 공간이에요.

지금도 깊은 고민을 해요. 내가 좋아하는 감정과 장면들이 있고, 이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서.

앞으로의 목표

 

제 꿈은 그냥 오래 일하는 거예요.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나라에 가서, 집 살 정도의 재력을 갖고 거기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 머무르는 곳이 달라져도, 여전히 어떤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잖아요.

그런 걸 꿈꿨을 때 너무 행복해요.

 

 

남준영이라는 사람, 가까운 분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어요?

 

남다른 사람, 별난 사람.

사람들이 본인의 공간에서 어떤 감상을 가졌으면 좋겠는지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사랑이 전부인 것 같거든요. 우리의 삶은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어느 날 문득 내가 가상 현실에 살고 있다면 어쩌지? 상상을 해봤는데 갑자기 제 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럼 내 아들은 뭐지? 그럼 내 사랑은 뭐지? 이 감정은 뭐지? 하면서 오히려 짜증 날 수 있는데, 더 소중해지더라고요. 결국 사랑으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고, 결국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 거라고 느꼈어요.

 

 

즐겨 듣는 음악 있나요?

 

포지션의 하루, 이소라의 그대 안의 블루, 김경호의 노래도 좋아해요.

 

 

그럼 좋아하는 영화는요?

 

그런 거 있잖아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옛날 영화 좋아해요. 가끔 영화 보면 80년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저기 80년대라는 시간 속에 내가 20대, 30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 영화를 보면 그저 마음이 편해요. 가족과 캠핑장 가서 모두가 잠들었을 때, 저도 노곤하게 취해 있는 상태에서 그 영화를 틀고 위스키를 먹잖아요? 그럼 정말 행복해요.

 

 

나에게 행복이란?

 

만약 저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불행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고 해요. 왜 행복하지 않냐면, 아직 못 느끼는 거예요. 그런데 혼자 술 한잔하고 옛날 사진들을 보며 돌이켜보면, 그때 너무 행복한 저를 발견해요. 그 몇 년 전을 보면 울컥할 정도로 너무 행복했더라고요. 좋은 과거를 남기기 위해 매 순간에 감사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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